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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 미/괴물과 싸워 이기는 방법6

Day 5. 쉘터를 이용하라 등불, 삽, 덤불, 자장가, 흥미로운 상상. 아마도 괴물을 이기기 위한 준비물들. 어쩌면 단순히 쉘터에서 발견한 잡동사니들. 밤마다 괴물을 다시 잠재우려 했지만늘 실패했고 잡아먹혔다. 이번엔발을 묶어놓을 것이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숲을 망가뜨리지 않도록오래도록 발을 묶어놓을 것이다. 안절부절 못하고 아랫배의 피부가 가려워 온다.밖은 서늘하고 안은 숨막힐 듯 답답하다. 쉘터의 불을 더욱 밝힌다.시원한 물을 눈가에 발라 잠깐의 개운함을 맛본다. 그리고 나면 다시 찾아오는 참을 수 없는 불확실함. 지금 이 순간을 모면할 수 있다면 뭐든 괜찮다고 느낀다.뭐라도 필요하다. 다른 감각에 초점을 돌리고 싶다. 가방을 연다. 밝으면서도 포근한, 어떨 땐 날카롭고 강렬한 무언가를 찾는다. 2020. 10. 4.
Day 4. 괴물과 싸워 이기는 방법 이젠 이기고 싶다. 무슨 짓을 해서든,쉘터를 망쳐서라도 안전하게 숨겨진 유일한 동굴을 망쳐서라도 괴물이 없는 숲을 걸어보고 싶다.등불과 삽, 무거운 장비들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있어보고 싶다. 그만 싸우고 상처받고 싶다. 괴물과 싸우는 내가 아닌그냥 나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이겨야 한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끝내 승리할 때까지. 괴물을 오래도록 잠재우고 온전히 평화로울 수 있을 때까지.숲이 행복해질 때까지. 싸워야 한다.이겨야 한다. 나는 괴물과 싸워 이기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2020. 10. 4.
Day 3. 긴 휴식은 답이 아니야 괴물의 모습은 모른다. 이게 뭔지 모르겠지만,밤마다 잡아먹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면 마음 한 귀퉁이도 잡아먹힌 듯불쾌하고, 불행하고, 끔찍하다. 희망을 잃어버린 듯미래를 잃어버린 듯온 숲이 부정적인 기운과 무채색으로 뒤덮였다. 결국 날이 밝아도 깜깜한 밤에 갇힌 것 같이다시 괴물의 숲을 걸었다. 그리고 다음 날 또 같은 밤, 새벽.먹고 먹히고. 같은 일이 몇 번 반복되고 나면 절로 힘이 빠지고모든 통제력을 잃은 듯 무기력이 찾아온다. 모든 걸 그만두고그만 쉬고만 싶다. 휴식이 필요하다. 지금껏 몸이 내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마음이 내는 소리였다. 이제 그만 쉬고 싶다고도망치고 먹히는 일로부터 그만 쉬고 싶다고 말한다. 긴 휴식이 필요하니괴물과 싸워 이기는 건 포기하고쉘터 안에서 조용히 죽음을 마주하.. 2020. 10. 4.
Day 2. 나를 구원하기 위한 길 나를 구원해 줄 무언가를 찾는다. 혹독한 괴물의 숲에서 뒹굴다 상처난 몸과 마음을 달래줄무언가가 필요하다. 몹시 필요하다. 쉘터로 돌아가 불을 밝힌다. 처음 발견했을 때와는 다르게 많이 흐트러진 공간.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모든 게 망가진 느낌.익숙한 느낌.. 괴물이 깨어나는 일이 다시 반복되고 있는 걸 알지만매번 똑같은 괴물이 깨어나고 있는 걸 알지만그럼에도 막을 방법은 없다. 이미 숲은 안개가 가득 끼어 마비되었고알 수 없는 작은 존재들만 서로 뒤엉켜 웅성이고 있다. 계속 돌아간다.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계속 숲으로 돌아간다.두려움이 밀려올 수록 오히려 안정감을 되찾는 것만 같다. 충분히 숨이 가빠오고 작은 등불이 희미해질 즈음에야다시 정신이 든다. 또. 또 졌다. 나는 늘 졌다. 2020.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