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모습은 모른다.
이게 뭔지 모르겠지만,
밤마다 잡아먹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면 마음 한 귀퉁이도 잡아먹힌 듯
불쾌하고, 불행하고, 끔찍하다.
희망을 잃어버린 듯
미래를 잃어버린 듯
온 숲이 부정적인 기운과 무채색으로 뒤덮였다.
결국 날이 밝아도 깜깜한 밤에 갇힌 것 같이
다시 괴물의 숲을 걸었다.
그리고 다음 날 또 같은 밤, 새벽.
먹고 먹히고.
같은 일이 몇 번 반복되고 나면 절로 힘이 빠지고
모든 통제력을 잃은 듯 무기력이 찾아온다.
모든 걸 그만두고
그만 쉬고만 싶다.
휴식이 필요하다.
지금껏 몸이 내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마음이 내는 소리였다.
이제 그만 쉬고 싶다고
도망치고 먹히는 일로부터 그만 쉬고 싶다고 말한다.
긴 휴식이 필요하니
괴물과 싸워 이기는 건 포기하고
쉘터 안에서 조용히 죽음을 마주하라고 말한다.
결국 삶을, 남은 시간들을 괴물에게 빼앗기게 되는 걸까.
그러지 않고 싶어서 발버둥친다.
늘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왔다가 다시 빨려들어간다.
늘 같은 괴물에게 먹혀 지치고
지치고
늘 지고
또 지고
실패의 죄책감도 나의 몫이다.
지긋지긋하다 정말.
이젠 이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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