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캄캄하게 덮이고
잠을 자야 할 시간이 되면 찾아온다.
긴장. 불안. 두려움. 우울. 슬픔. 그리움.
아마도 해결되지 못한 감정의 뭉텅이들.
어쩌면 단순한 호르몬의 장난.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아랫배의 피부가 가려워 온다.
피부 겉은 서늘하고 안은 숨막힐 듯 답답하다.
일어나서 불을 키고
시원한 물을 몸에 발라 잠깐의 시원함을 맛본다.
그리고 나면 다시 찾아오는 참을 수 없는 감정의 뭉텅이들.
지금 이 순간을 모면할 수 있다면 뭐든 괜찮다고 느낀다.
뭐라도 필요하다.
다른 감각에 초점을 돌리고 싶다.
속을 채우고 싶다.
나른해지고 싶다.
쉬고 싶다..
냉장고를 연다.
시원하고 달콤한, 어떨 땐 따듯하고 고소한 무언가를 찾는다.
나를 구원해 줄 무언가를 찾는다.
혹독한 현실에서 뒹굴다 상처난 몸과 마음을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몹시 필요하다.
뭐라도 손에 쥐고 침대로 돌아간다.
처음 누웠을 때와는 다르게 많이 흐트러진 자리.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모든 게 망가진 느낌..
익숙한 느낌..
다시 반복되고 있는 걸 알지만
몇 번 째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선택지가 없는 느낌.
이미 머리 속엔 안개가 낀 듯 이성은 마비되었고
알 수 없는 뒤엉킨 감정들만 웅성이고 있다.
계속 입으로 입으로 들어간다.
허기진 마음으로 계속 밀어넣는다.
목구멍이 막힐수록 안정감을 되찾는 것만 같다.
충분히 죄책감이 들고 손가락이 붓기로 부풀어오를 즈음에야
다시 정신이 든다.
또.
또 졌다.
나는 늘 졌다.
이게 뭔지 모르겠지만,
밤마다 잡아먹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면 마음 한 귀퉁이도 잡아먹힌 듯
불쾌하고, 불행하고, 끔찍했다.
희망을 잃어버린 듯
미래를 잃어버린 듯
모든 게 부정적이고 무채색으로 뒤덮였다.
결국 날이 밝아도 깜깜한 밤에 갇힌 것 같이
불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다음 날 또 같은 밤, 새벽.
먹고 먹히고.
같은 날이 며칠 반복되고 나면 절로 힘이 빠지고
삶의 모든 통제력을 잃은 듯 무기력이 찾아온다.
모든 걸 그만두고
그만 쉬고만 싶다.
휴식이 필요하다.
지금껏 마음이 내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몸이 내는 소리였다.
위장이 그만 쉬고 싶다고
온 몸이 그만 쉬고 싶다고 말한다.
긴 휴식이 필요하니
다른 건 다 포기하고
새로운 시작은 다 미루라고 말한다.
결국 삶을, 남은 시간들을 다 먹히게 되버린다.
그러지 않고 싶어서 발버둥친다.
늘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왔다가 다시 빨려들어간다.
늘 같은 괴물에게 먹혀 지치고
지치고
늘 지고
또 지고
실패의 죄책감도 나의 몫이지.
지긋지긋하다 정말.
이젠 이기고 싶다.
무슨 짓을 해서든,
내 일상을 망쳐서라도
성실하고 바른 나를 다 망쳐서라도
나만 잘난 듯 거리를 걸어보고 싶다.
사람들 틈에 나만 느끼며 있어보고 싶다.
그만 비교하고 상처받고 싶다.
그냥 나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이겨야 한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끝내 승리할 때까지
내가 나를 컨트롤하고 온전히 이완할 수 있을 때까지
행복할 때까지
싸워야 한다.
이겨야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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